신춘문예시 2018-2019
소망산부인과 / 진해령
네잎
2014. 2. 23. 20:31
소망 산부인과
---------------- 진해령
낡은 타일 벽 위 야간응급실 등이
히끄무레하게 켜져 있다
돌이켜보면
생은, 주간에도 늘 캄캄했고
응급 아닌 적 없었다 정문은 일쑤
타인의 것이므로 쪽문을 통해
어둑신한
복도를 들어선다
참, 공평하기도 하지
시작한 자세로 끝낸다는 것
비닐시트의 냉기가 등을 후벼판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등이 문제였다
등 지고, 등 돌리고, 등 떠밀리고, 등, 등
기억의 혈관 속으로 차례로 주사되는
바리움
1cc, 수치와 자포자기 5cc
차츰 멀어져 가는 의식의 끝 아카시아
하얀 쌀알 같은 웃음소리, 아가씨
이리 와 차나 한잔
합시다......
공포가 겸자보다 깊숙이 들어와
부적절한 소망을 샅샅이 색출한다
절단되는 소망, 쏟아지는 소망
깜쪽같이 처치되는 소망, 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길들이 휘청거린다 적출(摘出)된
소망들이 핏물에 배인 채
가로등에
매달려 있다 불그무레한 풍경을 뚫고
매립된 소망을 발굴하러 심야의 앰뷸런스
애앵앵 아기 울음소리로 달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