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 2018-2019

감염/고영

네잎 2010. 8. 28. 23:38
감염 / 고영

 

바람이 아파서 바람이 분다고

저 헐벗은 목련나무가 아파서 목련꽃이 핀다고

엄마가 아파서 내가 아프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슬에 발을 적신다

마음마저 젖는다

함께, 아프지 못해서 더욱, 미안한 몸으로

병원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 끝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영안실이 보인다

 

저긴, 울음 공장이야!

 

병원의 나무들이 죄다 말라 있는 건

슬픔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너무 울어서 속이 다 비었기 때문이라고

정말 그러니, 새야?

 

가만히 들어보니

나무에 앉아 우는 새들도 목이 다 쉬었다

허공에 하얗게 떠있는 잎사귀들

새들의 눈물이 발라져 있는 잎사귀 물결들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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