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시

2019년 시사사에 발표시

네잎 2019. 2. 5. 08:57

호명

   -박선우


어둠이 문 밖에 앉아 시간을 조준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그만둔 시점에서 의사의 역할은 사망시간을 알리는 일일뿐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건 고통과 죽음의 관계가 동반자라는 것이다

 

어둠은 칼이며 바늘이다

 

어둠의 특기는 찌르고 베어 내어 어둠 하나를 더 만드는 일

 

극단적인 포퍼먼스가 매번 흥행이다

 

오늘도 찰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을 꺼내들고

 

킬킬거리며 웃어대는 다크나이트를 지난다

 

초조함 속에 박힌 대못이 쑥 빠져 나온다

 

잔뜩 찌푸린 미간이 순하게 펴지고

 

호명당한 이름이 관을 슬쩍 빠져 나온다


절개지

  -박선우

 

햇볕이 번식하기 딱 좋은 날

뭉텅 잘려 나간 생각을 찾아 나섰다

붉은 맨살을 본다

봉합이 쉽지 않음을 직감한다

좌절감이 뒷목덜미를 잡아끈다

포클레인의 이빨 자국이 선연하고

나무의 직립이 휘어진다

뿌리의 악착이 처연하다

잔뜩 힘이 든 나무의 어깨에

사나운 이빨이 꽂힌다

물렁뼈가 착각을 버린다

한 번의 치명이

복원 할 수 없는 지점까지 끌고 가는

극단의 방식

뿌리째 뽑히지 않으려고 버티는 속성이

나를 닮았다

포클레인이 멈춰서고

달아났던 햇볕이 어느새 돌아와

흙의 맨살을 핥고 있다

내 몸에서 환각통이 도진다

나를 벗어난 아린 생각들

언제까지 어디로 끌려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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