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네잎의 브런치에서...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네잎 2022. 3. 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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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말과 사물』에서

김네잎Aug 26. 2021

 

 

자연법칙은 말과 사물의 차이, 언어가 지칭할 책임이 있는 언어 이전의 것과 언어 사이의 수직적 분할이고, 관습의 규칙은 낱말들 사이의 닮음, 낱말들을 서로 형성되게 하고 무한히 퍼뜨리는 넓은 수평적 망이다.

- 미셀 푸고, 『말과 사물』, 민음사, 2015, p171.

 


 

π로 향하는 무한수열*

 

 

 

돌진했다 너는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그곳으로

부피를 버리고 소실점을 껴안는다

 

탁자 위에 사과가 놓여있다 

웜홀이 중심을 관통한 

분명 넌 이곳을 지나고 있을 거다

 

사과를 창가로 옮긴다

기다리는 사람처럼 

 

창에 기댄 채 어깨의 곡선이 허물어질 때

내가 내내 옆 표정만 보고 있을 때

우리의 기연(奇緣)을 타고 흘러내리던 적막한 공백

 

공백에 깃든 별리

네가 끝내 빨려 들어 간 블랙홀

 

뒤돌아서자마자 내 발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너의 빈자리를 건너갈 수 없다

 

 

* 라마누잔의 수학 이론 – 블랙홀, 양자이론, 끈이론 등의 연구에 응용된다.

 

- 김네잎,『파란』,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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