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시

2017년 제 9회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작

네잎 2017. 11. 28. 20:26

킬러

 

조금이다

바다는 수척해지고

킬러는 휘휘 휘파람을 분다

똬리를 틀고 있던 고요가 스르륵 꼬리를 감춘다

킬러는 빠르게 목표물을 실사한다

경직된 구멍에선 예민한 숨소리 가파르다

타이밍을 조절한다

쫒기고 쫓는 숨 가쁜 액션은 10초면 끝이다

숨소리 다치지 않게

사뿐사뿐 깊숙이 부드럽게

흔적을 아는데 10년이 걸렸고

기척을 습득하는데 또 10년이 지났다

심장이 물때를 읽고 등허리는 태양의 기울기를 읽는다

나이는 얼굴과 함께 까맣게 그을렸고

손마디의 군살은 낙지를 잡을 때만 감각이 산다

눈을 감기 전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바다의 광맥을 유언처럼 가리켰다

낙지의 신이 된 킬러

말갈기를 휘날리며 휘파람을 부는 황야의 무법자가 되어

허리엔 고무다라이를

손에는 삽을 들고

바다를 사정권 밖까지 사수한다

. .

저격당한 노을이 피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