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으로 완성된다 외 1편
―제비꽃
봄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다
춘곤증인가? 우리 집 쫑도 배를 쭈―욱 깔고
봄나물로 식욕을 채운 나도 줄하품이다
쑤왈대는 제비들 소리가 시끄러워 산책을 나섰다
논둑길을 지나 안산이란 표기명이 적힌 산길을 걷다보니
보랏빛 색감이 예쁜 제비꽃이 지천이다
이름은 있지만 없어도 그만인 이름
다리가 짧아 세상을 등지고
죄인처럼 바람만 불어도 바닥으로 자지러지는
상처가 많은 제비꽃
제비꽃 나라엔 인내는 율법이다
율법은 인내를 인내는 생존을 위해
제비꽃 나라를 건설하고 있는 꽃
너를 호명한다 세상 밖으로
봄은 꽃으로 완성된다
―하얀 민들레
봄이면 민들레는 노란색 흰색 품절이다
약리작용을 한다는 학설이 발표되면서
토종인 흰 민들레는 완전 품절이고
대용품인 노란색 민들레가 수난을 겪고 있다
어쩌다 노란색 민들레를 보게 되면
무사안일을 기도해 볼 뿐이다
어느 날 몸을 던지는 목련을 받으려다 쿵하고 넘어지면서
화단에 피어있는 하얀색 민들레를 보았다
기뻐 방방 뛰다말고 남편을 부르고 친구를 부르고
어디서 왔을까? 바람이 데리고 온 것은 아닐까?
가족관계등록부엔 본적도 없고 현주소도 없다
그냥 인연이 있어 찾아 온 인연이라 생각하자
잘 왔다고 잘 찾아 왔다고 웃거름을 듬뿍 뿌려주자
넓적한 떡잎을 키우면서
백의종군으로 보답하겠다고 활―짝
너무 환해 실명할 것 같은 봄날 오후다
박선우∙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찬란한 목련의 슬픔>, <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제주 기독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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