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시

2012 여름호 시와정신 실린 시

네잎 2013. 9. 25. 21:18

1,제비꽃

 

 

봄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다

춘곤증인가? 우리집 쫑도 배를 쭈-욱 깔고

봄나물로 식욕을 채운 나도 줄 하품이다

쑤왈대는 제비들 소리가 시끄러워 산책을 나섰다

논둑길을 지나 안산이란 표기명이 적힌 산길을 걷다보니

보랏빛 색감이 예쁜 제비꽃이 지천이다

이름은 있지만 없어도 그만인 이름

다리가 짧아 세상을 등지고

죄인처럼 바람만 불어도 바닥으로 자지러지는

상처가 많은 제비꽃

제비꽃 나라엔 인내는 율법이다

율법은 인내를 인내는 생존을 위해

제비꽃 나라를 건설하고 있는 꽃

너를 호명한다 세상 밖으로

 

2,베고니아

봐서는 안 되는 민망한 발상이 염려가 되는 아침이다

베란다에 놓인 베고니아꽃이 치부를 까발리고 있다

낮 색 한 번 바꾸지 않고 전부 까발리고 있다

경험 많은 유곽 여자처럼

리얼하게 자기의 생리 혈을 쏟아내고 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낮 뜨거운 광경이다

21세기 꽃의 반란이다 페미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