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1
동백꽃보다
홍주를 파는
객주의 입술보다
선혈처럼 낭자한 노을 앞에
홍도는 스스로 경악한다
낭자한 노을의 익사체 한 구
바다에 떠오르면
낮보다 점등하는
별빛이 아름다운 섬
홍주 한 사발에 웃음 한 사발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2
홍도는
붉은 제국이다
고래 뱃속 같은 둥지가 좋아
이곳이 전부인 사람들
자기 몸을 꺾은 공양으로
해탈한 해송들
갖가지 형상으로 문신을 새기고
온갖 풍상을 이겨낸 바위들
바다의 비늘이 밀려오면
뭍의 사람들은 바다를 주워
햇볕에 말리고
말린 바다는
자기의 지문을 지우며
또 다른 생을 꿈꾼다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3
때론
정박한 섬은 무료하다
닻줄을 끊고
출항을 하고 싶어진다
은비늘 같은 물살을 가르고
수심이 깊은 바다로 나가
섬보다 더 큰 파도를 타고
큰 바다로 가고 싶어진다
고요가 복병처럼 찾아오는
여름이면 도지는 열병으로
포기 못한 출항의 꿈은
깊고 푸른 바다를 보는 것
정작 바다가 그리워
바다에 나와 보면
시퍼런 바다의 심장이 무서워
닻줄에 스스로 정박해버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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