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목포 북항
분양은 안 되고 임대만 되는 바다이다
그 바다엔 숭어 돔 농어 광어 소라 멍게 해삼 등등
이름도 욀 수 없는 바다 것들이 유영하며
미식가를 위해 대기 중이다
미식가의 자본은 꽃이며 총구이며 칼이다
무게를 다는 저울 앞에서 바다는 격하게 출렁인다
바쁘게 제단을 준비하는 손길 위로 재물이 된 비린 생
불콰한 입술들이 입새를 주문하는 소리에
북항은 갈지자로 휘청인다 달빛도 휘청인다
자연산 횟집이란 간판도 휘청인다.
자본의 꽃이 양귀비꽃보다 붉은 저녁이면
북항은 온통 비린내의 서식지가 되어
비린 자본들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2,접시꽃
자본도 설계도 필요 없는 몇 개의 기지국에서
전파를 송출 받고 있는 빨강 분홍 흰색 스카이라이프
빨강 스카이라이프에선 애로영화 분홍 스카이라이프에선 맬로 영화
흰색 스카이라이프에선 흑백영화를 쉴 새 없이 내보내고
모처럼 고화질의 무료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다니 웬 횡재
시청료를 내면서도 고작 몇 개의 채널로 고정해야 했는데
개봉작은 물론 미개봉작까지 혼자 만끽하기엔 고급 채널이 아깝다
유월 한 달 장마도 시작인데 관객을 동원해 봐
기흉환자처럼 팡팡 부풀어서 동원된 관객들은 줄 하품만 했다
자막 없는 스크린은 재미없다며 논으로 밭으로 가고
쇼생크 탈출 미션임파서블 패션오브크라이스트까지
명작에 빠진 기분이 한 차원 업인데
시간이 방전됐다는 자막과 함께
포로롱 포로롱 하늘을 날고 있는 새처럼
유월 한 달은 지루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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