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 2018-2019

몸관악기 / 공광규

네잎 2014. 2. 24. 23:18

몸관악기

- 공광규


“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


사장의 반말을 뒤로하고

뒷굽이 닳은 구두가 퇴근한다


낡은 우산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슬픔의 나이를 참으라고 참아야 한다고

지친 어깨를 적시며 다독거린다


낡은 넥타이를 움켜쥔 비바람이

술집에서 술집으로 굴욕을 끌고 다니는

빗물이 들이치는 포장마차 안


술에 젖은 몸이

악보도 없이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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