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시

2013 문학세계 5월호에 실린 시

네잎 2013. 9. 25. 21:30

,겨울 산

시간이 지루해 눈 덮인 산을 찾는다

진입로가 막혀있다

옆 팻말엔 수행 중이니 돌아서가라는

탁 탁 죽비소리에 청솔모가 부리나케

산을 내려오고 새들도 내려오고

정진하라 땡그렁 부처님 설법이 한참이다

호렙산에서 신발을 벗는 모세처럼

마음의 신발을 벗고 좌정해본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수행을 해야 한다는

부처님 설법처럼 죄성을 죽이고

교만을 죽이고 물욕을 죽이는

깨달음이 있어야만 산은 산이 된 것을

경건을 배운다

산을 보고 사람이 배운다

경건을 통해 산이 되고 사람이 되는 것 처럼

깨달음을 모른다면 나무아비타불이다

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말한 성철 스님처럼

산에서 산을 보고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