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어디서 왔는지
철딱서니 없는 누런 고양이 새끼들이
담장 아래 어린 상추를 짓밟아 놓았다
며칠 전부터 정원 풀밭을 솔솔 기던
감자만한 생쥐도 물어다 놓았다
그놈들이 마파람에 건들거리는 나팔꽃을
무슨 짐승쯤으로 생각했는지
앞발을 들고 권투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며칠 동안 장맛비가 쏟아지고
정원의 풀들 한 키를 넘게 자랐는데
한 놈도 보이지 않는다
우산을 쓰고 이층에 올라가는데
계단 옆구리 비좁은 틈에서
아기들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세 놈이 엉겨붙어 장난을 치다가
눈이 딱 마주쳤는데
한동안 빤히 내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강경호: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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