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접히다/ 마경덕

네잎 2025. 10. 11. 11:22

접히다

 

 

“지금 화장 중입니다”

 

승화원 전광판에는 뜨거운 불길이 일고

한곳에 모인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

 

전광판이 바뀌고

눈물이 마르기 전 냉각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철제 침대가 끌려 나왔다

붉은 장미로 채운 관과 황금빛 수의는 간곳없고

주검을 눕힌 그 자리

타다만 뼈 몇 개와 재만 놓여 있었다

 

익숙하게 유골을 수습하는 그 남자

빗자루로 쓸어모은 뼛조각을 분쇄기에 갈고

재가 담긴 흰 종이를 서너 번

약봉지처럼 접는 시간은

딱 5분이었다

 

철 따라 챙긴 녹용과 개소주 온갖 한약재들

살과 뼈를 짓던 그 보약도

79세 어머니를 접고 거뭇한 재로 남았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배짱과

꼬장꼬장 큰소리치던

질긴 고집은 불에도 녹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국 한 줌으로 접힌 어머니

 

손에 받아든 파란만장이

그토록 가벼운 줄 처음 알았다

 

<시와 징후> 2025. 가을호

[출처] 접히다 / 마경덕|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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