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소금쟁이의 노래

네잎 2019. 7. 14. 22:08

제3회 나혜석문학상 대상


소금쟁이의 노래

 

이윤훈


 

  물은 유혹, 부드러이 나를 잡아끄는 유혹, 밀치며 나는 팽팽히 그 유혹을 누리는 소금쟁이, 가만히 떠 있거나 재빨리 움직이며 물 위에 춤을 그리는 나는, 가벼움으로 나의 중심을 잡는 나는,


  맑은 물은 깊이를 숨기고, 달처럼 떠오르는 돌, 닿으려 하면 내 목을 감싸는 말랑한 손, 황홀한 죽음의 시작, 순간 잔털 속의 공기들이 나를 떠올리어 나를 깨우고, 떠 있는 낙엽, 죽은 나방과 개미들, 물 위는 풍요로운 소금쟁이의 천국,


  물은 늘 내게 깊이를 강요하지만 내가 자유로운 것은 마음을 물 위에 두기 때문, 까닭에 나는 물 위에서 물의 깊이를 누리는 소금쟁이, 물 위에 춤을 그리는 나는, 자유로움으로 나의 중심을 잡는 나는,


시집『나를 사랑한다, 하지 마라』2008년 천년의시작

이윤훈 시인

 

경기 평택 출생.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나를 사랑한다, 하지 마라』『생의 볼륨을 높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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