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후/김형수 십년 후 -김형수 십년째 안 거르고 개똥꽃 핀 자리 밟힐수록 기어이 고개 세우는 꽃잎 위로 숱한 그림자는 스쳐가고 이슬 속 그리움 한두 알 영글어 오월 눈부신 햇살 머금네 쉬어가는 새도 그날을 울고 가는 담장 밖 바람소리 쫓겨가는 발자국들 신춘문예시 2018-2019 2011.07.02
맨드라미/김명인 맨드라미 -김명인 붉은 벽에 손톱으로 긁어놓은 저 흔적의 주인공은 이미 부재의 늪으로 이사 갔겠다 진정 아프게 문질러댄 것은 살이었으므로 허공을 피워 문 맨드라미는 지금 생생하게 하루를 새기는 중! 찢긴 손톱으로 이별을 긁어대는 오늘의 사랑 뜨겁다 아침의 하늘에 날개 자국 하나 흘리지 않.. 신춘문예시 2018-2019 2011.07.02
감염/고영 감염 / 고영 바람이 아파서 바람이 분다고 저 헐벗은 목련나무가 아파서 목련꽃이 핀다고 엄마가 아파서 내가 아프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슬에 발을 적신다 마음마저 젖는다 함께, 아프지 못해서 더욱, 미안한 몸으로 병원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 끝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영안실.. 신춘문예시 2018-2019 2010.08.28
섬/복효근 섬 /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 신춘문예시 2018-2019 2010.08.25
이기철/ 이것만쓰네 내 언어로는 다 쓸 수 없어 이것만 쓰네 山房에 벗어놓은 흰 고무신 안에 혼자 놀다 간 낮달을 내게로 날아오다 제 앉을 자리가 아닌 줄 미리 알고 되돌아간 노랑나비를 단풍잎 다 진 뒤에 혼자 남아 글썽이는 가을 하늘을 한 해 여름을 제 앞치마에 싸서 일찌감치 풀숲 속으로 이사를 간 엉겅퀴 꽃씨를.. 신춘문예시 2018-2019 201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