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울음 나무 아래를 지나다/문성혜

네잎 2019. 6. 15. 23:09

울음 나무 아래를 지나다

 

   문성해

 

 

 

매미 울음 아래를

자전거로 지나는데

울음의 밑은

참 서늘하군요

 

흔치 않아요 이렇게

울음의 축축한 지붕 밑을 지나는 일은,

거대한 목청 아래를

뚫고 달리는 일은,

 

한때 목련꽃이 환했던 이 나무

그 때의 꽃들도

다 한 떼의 울음이었죠

 

울음이 차있던

나무의 그늘은

유독 짙죠

 

혼자 선잠에서 깨어나

길게 길게 울던

홑 여덟 살의 마루

 

마당을

무릎으로 기어가던 어스름이

듣던 내 울음도 이랬을까요

그래서 돌아보고 돌아보고는 했던 걸까요

 

 

               ⸺계간 문학과 사람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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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 을 건너간 이름』『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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