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나무 아래를 지나다
문성해
매미 울음 아래를
자전거로 지나는데
울음의 밑은
참 서늘하군요
흔치 않아요 이렇게
울음의 축축한 지붕 밑을 지나는 일은,
거대한 목청 아래를
뚫고 달리는 일은,
한때 목련꽃이 환했던 이 나무
그 때의 꽃들도
다 한 떼의 울음이었죠
울음이 차있던
나무의 그늘은
유독 짙죠
혼자 선잠에서 깨어나
길게 길게 울던
홑 여덟 살의 마루
마당을
무릎으로 기어가던 어스름이
듣던 내 울음도 이랬을까요
그래서 돌아보고 돌아보고는 했던 걸까요
⸺계간 《문학과 사람》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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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 을 건너간 이름』『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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