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가구의 힘 가구의 힘 박형준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 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순을 .. 신춘문예시 2018-2019 2011.08.09
십년 후/김형수 십년 후 -김형수 십년째 안 거르고 개똥꽃 핀 자리 밟힐수록 기어이 고개 세우는 꽃잎 위로 숱한 그림자는 스쳐가고 이슬 속 그리움 한두 알 영글어 오월 눈부신 햇살 머금네 쉬어가는 새도 그날을 울고 가는 담장 밖 바람소리 쫓겨가는 발자국들 신춘문예시 2018-2019 2011.07.02
맨드라미/김명인 맨드라미 -김명인 붉은 벽에 손톱으로 긁어놓은 저 흔적의 주인공은 이미 부재의 늪으로 이사 갔겠다 진정 아프게 문질러댄 것은 살이었으므로 허공을 피워 문 맨드라미는 지금 생생하게 하루를 새기는 중! 찢긴 손톱으로 이별을 긁어대는 오늘의 사랑 뜨겁다 아침의 하늘에 날개 자국 하나 흘리지 않.. 신춘문예시 2018-2019 2011.07.02
시인세계당선작 제11회 시인세계 신인 당선작/온몸이 전부 나사다외 4편/하린 온몸이 전부나사다 하린(河潾) 하청에 하청을 거듭할수록 본체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사내들이 자취방에 모여 라면에 소주를 마시며 음란비디오를 보던 밤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이 나온다 씨발로 시작해서 좆도로 끝나는 환각제 같.. 카테고리 없음 2010.08.30
감염/고영 감염 / 고영 바람이 아파서 바람이 분다고 저 헐벗은 목련나무가 아파서 목련꽃이 핀다고 엄마가 아파서 내가 아프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슬에 발을 적신다 마음마저 젖는다 함께, 아프지 못해서 더욱, 미안한 몸으로 병원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 끝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영안실.. 신춘문예시 2018-2019 2010.08.28
섬/복효근 섬 /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 신춘문예시 2018-2019 2010.08.25